My English Story

애제자는 처음으로 외국인을 만나게 되는데

공대생을 위한 영어 2024. 7. 20. 08:39

1993년 대전광역시 대덕연구단지 내에서 엑스포 (EXPO)가 개최 되었다. 8월 7일부터 11월 7일까지 93일 동안 열린 국제박람회로 108개국과 33개 국제기구가 참가하게 된 대규모 박람회 였다. 우리 중학교에서는 가을 소풍으로 대전 엑스포를 방문하게 되었다. 친구들과 함께 여러가지 과학 기술 등을 구경했고 이곳 저곳을 돌아보며 신기해 하고 있던 중 우연히 사우디아라비아관을 들어가게 되었다. 그 존(zone) 각 국가 별로 그 나라의 경제, 과학, 문화 등을 소개하는 장소였는데 처음으로 들어가게 된 나라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였던 것이다.  그 때 중동사람으로 보이는 안내관이 갑자기 우리에게 말을 걸어 왔다. 지금도 아주 생생하게 귓가에 울리는 그 첫 마디. ‘Hello. How are you?’. 같이 갔던 친구들은 모두가 다 부끄러워하며 뒷 걸음질 치는 분위기 였다. 나도 마찬가지로 당황스러웠지만 학교에서 배운게 있어서 인지 나도 모르게  ‘I’m fine, thank you and you?’ 라고 답했다.

 

 

대전 엑스포

 

Taejon Expo '93 was a three-month international exposition held between August 7, 1993 and November 7, 1993 in the central South Korean city of Daejeon. Wikipedia
Location: Daejeon
Dates: Aug 7, 1993 – Nov 7, 1993
Building(s): Hanbit Tower
Mascot: Kumdori
Opening: 7 August 1993

 

 

 

친구들은 저만치 도망가고 나 혼자서만 그 분과 있게 되었는데 그 뒤로 그 분이 뭐라고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에 나지 않는다. 내 기억으로는 아마 내가 하나도 못 알아들었던 것 같다. 난 그저 yes, yes 를 남발하며 부끄러운 듯 그 곳을 빠져나왔다. 그런데 잠시 뒤 나도 모르게 무언가 희열을 느끼게 되었다. 내가 쓰는 우리 말이 아닌데 분명 그 사람의 모국어도 영어는 아닐텐데 그 사람과 내가 영어로 마치 연결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. 이런 기분은 도대체 어떤 것이지? 출신 국가와 피부가 다른며 문화가 다른 이 사람과 내가 ‘영어'라는 매개체로 연결이 되고 서로가 말하는 것의 뜻을 알아 듣고 있다니. 마치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신세계에 들어 선 느낌이었다. 그 뒤로 사우디아라비아 관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의 부스들을 돌아다니며 내가 알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말 ‘How are you?’ 로 물어보면, 마치 로보트가 자동으로 말하는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 ‘I’m Fine, thank you and you?’ 를 남발하며 대전 엑스포가 지향하는 과학 기술이고 뭐고는 관심이 없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.